'채 상병 거부권' 남발, 상설특검으로 대처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네 번째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면서 이 사건에 대해 상설특검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상설특검을 활용하면 이미 공포된 법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거부권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에 주목한 것입니다. 사건 발생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채 상병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특검법이 대통령 거부권에 막혀 끊임없이 도돌이표를 반복하는 현상을 타개하자는 고육지책입니다. 채 상병 특검법 처리 장기화로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줘야 한다는 명분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상설특검 도입 필요성 제기는 윤 대통령이 채 특'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완강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요인입니다. 채 상병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탄핵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행위에 불법적 요소가 있었다는 걸 검사적 감각으로 인식하고 있을 개연성이 큽니다. 윤 대통령이 몇십 번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태세가 돼있다는 얘기가 여권에서 나오는 배경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약속한 '제3자 추천 방식' 특검법 발의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게 대체적인 평입니다. 당내에서의 취약한 입지와 윤 대통령과의 관계 등으로 볼 때 한 대표가 자신의 특검법을 관철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공수처 수사도 진척이 없어 올해 안에 사건 처분이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한 대표 입장 변화나 공수처 수사를 쳐다보며 마냥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은 무의미한 상황입니다.
상설특검은 이런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특검 출범을 제도화한 상설특검법은 2014년 제정·공포된 법으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거나 법무부 장관의 결정이 있으면 특검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돼있기 때문입니다. 국회에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국회가 추천한 4인 등 7인이 특별검사 후보 2인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중 1인을 골라 특별검사로 임명하는 방식입니다.
상설특검 추진의 걸림돌은 현행 특검 추천 방식이 여당에 유리하게 돼있는 점입니다. 주로 정부 측 인사들로 구성된 특검추천위에서 추천된 특검이 제대로 진실을 파헤칠 수 있겠느냐는 우려입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상설특검 추천위가 국회 규칙으로 돼있는 점을 감안해 국회 추천위원 4명 모두를 야당 몫으로 하는 방안이 야당에서 검토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사건 핵심 관련자인 만큼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에 추천권을 주지 않는 것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는 판단입니다.
상설특검법이 '채 상병 특검법'에 비해 특검 활동 기간이 짧고 규모도 작다는 점도 고민거리입니다. 채 특검법은 파견 검사·공무원이 각각 20명·40명 이내고, 수사 기간이 최대 100일인 반면, 상설특검은 파견 검사·공무원이 각각 최대 5명·30명에 수사 기간이 최대 90일로 돼있습니다. 채 특검법에 비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채 상병 사망 사건은 사건의 실체가 이미 상당히 드러나 특검이 진행되면 어렵지 않게 사건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 거라는 관측이 적지 않습니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공수처로부터 그간의 수사 자료를 넘겨 받게 돼 수사 규모와 기간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수사 의지인데, 공수처는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 조사에 미온적이었습니다. 상설특검이 작동하면 신속하게 진실 규명에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통령 거부권의 늪을 걷어내기 위해 실행 가능한 방안 모색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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