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통합 인사'에 드리운 의문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지낸 인요한 전 의원이 대한적십자사 신임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이재명 정부의 통합 인사 기조에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임명된 검찰 출신의 한찬식 민정수석에 이은 인 회장 선출은 지지층 내에서 "개혁이 칼 끝이 무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는 상황입니다. 능력과 통합을 앞세워 폭 넓은 인재 기용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최소한의 인사 원칙과 기준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칫 외연 확장이 아니라 핵심 지지층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중앙위원회에서 선출되지만 정부 입김에 따라 결정되는 게 관행입니다. 민간위원(19명)과 8개 부처 장관으로 구성되는 중앙위원회는 숫자는 민간위원이 다수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부가 제안한 후보가 낙점돼왔습니다. 중앙위원회에서 선출된 사람은 명예회장인 대통령의 최종 인준을 받는데, 인 전 의원을 사실상 이재명 정부가 추천했다는 점에서 그대로 임명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인선은 그간 북한 의료 지원 활동을 통한 인도적 지원을 해온 인 전 의원의 경험을 활용해 북한과 접촉을 시도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깔린 것이란 해석이 일반적입니다.
문제는 인 전 의원의 내란 옹호 전력입니다. 그는 12·3 내란을 지지하고 그 우두머리인 윤석열 탄핵을 반대했던 인물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슴으로 이해한다"며 계엄을 두둔하고,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것이 국가 위신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윤석열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인 전 의원은 회장 선출이 논란이 되자 "적십자사는 순수한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기관으로 최선을 다해 직무에 임하겠다"고 했지만 내란 옹호자가 인도주의 가치를 실현해야 할 적십자사 수장이 되는 건 기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론이 뒤따릅니다.
한찬식 민정수석 임명을 두고 민주당 지지층은 물론 범여권 내부에서 "반개혁적"이라는 반발이 쏟아졌습니다. 한 수석에게 제기되는 의문은 과거 서울 동부지검장 시절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가 거론되지만 그보다는 '감학의 불법 출금' 당시의 행태가 더 논란입니다. 김학의 전 차관이 해외 도주하려다 수사팀이 긴급 출국 금지한 뒤 한찬식 동부지검장에게 사후 승인을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해 논란을 키웠습니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김학의 출금 수사 외압'으로 엮어 수사할 때도 불리한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개혁 대상이어야 할 인물을 핵심 요직에 전면 배치한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인사는 검찰 출신 인사를 활용해 검찰개혁 과정에서 예상되는 반발을 관리하려는 전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찰 생리를 잘 아는 검사 출신을 내세워 개혁완성도를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그런 취지를 이해하더라도 굳이 반개혁적인 인물을 요직에 앉혀야 하느냐는 데는 의구심이 남습니다. 청와대에서는 "검찰 개혁과 관련해 조직 파악 정도를 매우 중요하게 봤다"고 설명하지만 검찰 내부의 견해는 이와 다릅니다. 검찰개혁 과정에서 우려되는 반발을 막기 위해선 검찰로부터 신망을 받는 인물이어야 하지만 검찰에서의 한 수석에 대한 존재감은 미미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검찰 구성원들로부터 뚜렷한 인상을 남길 만큼의 이력이 없다는 전언입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실용주의와 국민통합을 국정 운영의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보수 진영 인사들을 내각과 청와대에 잇달아 발탁했습니다.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색깔이 다른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모아서 포용하고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탕평과 포용 인사에도 최소한의 원칙은 있어야 한다는 게 지지층 다수의 견해입니다. 기용에 앞서 과거의 행적과 발언 등이 이재명 정부 국정철학에 부합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보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겁니다. 지난해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낙마한 국민의힘 출신의 이혜훈 전 의원도 이런 과정을 소홀히 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통합 인사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보수 인사 기용은 외연 확장과 안정적 국정 운영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자격 미달의 인물을 중용하면 내부 지지층의 실망감이 커지고 개혁 동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지금은 무엇보다 지지층의 결속과 단합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통합 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더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대통령의 '통합 인사'가 실용과 소통 강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개혁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지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6.3 지방선거 결과와 투표 부족 사태로 2030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작가 김내훈은 선거 부실관리 규탄 시위는 정부, 여당에 반감을 가진 청년 세대에 마침내 구실과 언어가 주어져서 그것을 중심으로 결집한 결과라고 진단합니다. 제도 개혁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년들이 갖는 무정형의 불안과 분노 등의 정서를 분석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
[송현숙의 공통감각] 어느 편이냐 묻는 정치와 2030의 분노
송현숙 경향신문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지방선거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몰고온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2030 세대의 재발견 혹은 본격 등장이라고 말합니다. 한번도 정치적으로 대표된 적 없는 이들의 마음을 읽고 해석하느라 정치권은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꼬집습니다. 청년에 대한 관심과 호들갑은 반갑지만 이제까지처럼 사탕발림으로 하는 척만 하려면 애초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