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대권 지형, 윤 대통령 손에 달렸다?

차기 보수 대선 주자들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연이어 검찰과 경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대권 지형이 요동치는 양상입니다.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이 검찰의 과녁에 들어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당원게시판 논란 등으로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를 앞둔 상황입니다. 검경 수사 결과에 따라 보수 진영의 대권 구도가 바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여권에선 이런 판도 변화의 열쇠를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쥐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보수 유력 주자들 가운데 검찰이 가장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곳은 오세훈 서울시장입니다. 오 시장의 지인이자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모씨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에게 수천 만원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김씨도 명씨 측에 비공표 여론조사 비용으로 거액을 건넨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오 시장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부인하고 김씨도 오 시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수사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오 시장 의혹은 돈이 직접 오간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우선적인 수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된 단서는 녹음파일과 진술이 대부분인데, 이 의혹은 돈을 건넨 계좌 등 명확한 물증이 있어 상대적으로 수사가 용이합니다. 당사자들은 부인하지만 돈을 건넨 배경과 시점 등 수상한 점이 많아 검찰이 수사를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 주변의 관측입니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은 이미 관련 진술과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선 오 시장의 대권 가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국민의힘 당대표를 역임한 이준석 의원의 경우 사태 초반부터 명씨와 관련해 다양한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있습니다. 최근엔 김영선 전 의원 보궐선거 공천 당시 이 의원이 명씨에게 이기는 여론조사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는 녹음파일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검찰 안팎에선 이 의원 조사는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검찰이 27일 국민의힘 당사를 압수수색해 보궐선거 공천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도 이런 과정으로 보입니다. 검찰 수사에서 이 의원의 공천 관여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명태균 게이트'는 아니지만 한동훈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도 심상치 않습니다. 경찰은 26일 한 대표가 법무부장관시절 댓글팀을 운영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고발인 조사를 시작했는데, 시기가 애매합니다. 의혹이 제기된 건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리던 지난 7월로, 넉달이나 지나서야 수사에 나선 게 의구심을 낳습니다. 경찰이 이미 한 대표와 가족이름으로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이 작성된 사건을 수사중인 것과 맞물려 다양한 해석이 나옵니다.  

여권에선 한 대표를 향한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 착수에 용산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당원게시판 수사에서 그간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던 경찰이 여당 대표의 댓글팀 의혹까지 얹어 집중적으로 수사에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입니다. 친한계에선 한 대표 축출 공작을 뜻하는 '김옥균 프로젝트'가 다시 가동됐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경찰 수사에서 실정법 위반 혐의가 밝혀지면 현실적으로 당 대표직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점을 노리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된 권력형 수사의 상당수는 용산의 의중에 따라 진행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 의심입니다. 민정수석실에서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수사를 컨트롤한다는 얘기가 법조계에선 파다합니다.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의 태도도 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습니다. 관건은 검찰과 경찰 수사가 과연 누구를 정조준하느냐인데, 용산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현재로선 가장 큰 의혹의 당사자인 윤 대통령 부부는 빠져나가고, 보수 진영의 유력 대선 주자들을 겨냥한 수사로 진행될 공산이 큽니다. 향후 검경 수사를 주시해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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