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 부활, '윤 대통령 보위용'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이 영수회담에서 민정수석 부활을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검찰 등 사정기관 장악 논란이 커지는 양상입니다. 과거 민정수석실이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 등 각종 특검에 대비하기 위해 부활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법조계에선 윤석열 검찰총장 당시 '검찰 사유화'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민정수석실을 본인과 가족 관련 사건의 방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법조계 일각의 이런 주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재직시 사례를 보면 타당성이 있습니다. 당시 윤 총장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수정관)을 총장 개인을 위한 사조직처럼 부렸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윤 총장은 매일 아침 수정관으로부터 정보보고를 받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할 정도로 자신의 눈과 귀 역할을 하도록 했다는 겁니다.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은 "손준성 검사 시절의 수정관실은 윤 총장의 머리 역할도 일부 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고발사주 의혹, 장모 대응 문건, 판사사찰 문건, 검언유착 의혹 등이 윤 총장 재임 당시 수정관실에서 벌어진 사건들입니다. 손준성 검사장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고발사주 의혹 등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윤 대통령과 가족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점입니다. 당시 검찰 조직이 총장의 개인 변호사 사무실도 아닌데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문건을 만든 것에 대해 '검찰 사유화'라는 비판이 컸습니다.
윤 대통령의 민정수석 부활 결정은 검찰총장 당시의 이런 경험이 토대가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을 장악하는 동시에 대규모 '로펌'을 만들어 본인과 가족에 대한 방패막이를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입니다. 대통령실은 민심 청취 기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민의를 파악할 기관이 없어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건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사정 기능을 제외하겠다는 주장도 터무니 없습니다. 신설되는 민정수석에는 현재 비서실장이 관할하는 법률비서관과 공직기강비서관에 더해 민정비서관과 반부패비서관을 추가해 총 4개 비서관실을 두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도 민심 동향 파악,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을 담당하는 민정비서관, 고위공직자 감찰 등을 담당하는 반부패비서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및 복무 동향을 점검하는 공직기강비서관, 대통령 법률 자문 업무를 하는 법무비서관 등 4개 비서관실로 구성되어 유사한 구조였습니다. 조직과 구조가 똑같은데 핵심 기능을 제외하겠다는 대통령실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수사정보를 보고받지 않더라도 인사와 감찰로 사정기관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지적입니다.
현재 거론되는 민정수석 후보 면면을 봐도 민심 전달과는 거리과 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이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검찰 고위직 출신으로 검찰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검사 출신 민정수석 밑에는 검사 출신인 이영상 법률비서관과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포진하게 됩니다. 이시원 비서관의 경우 최근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기록을 국방부가 회수하는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민정수석 부활시 수사기관에 대한 개입 우려가 단순히 기우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민정수석실의 규모도 우려를 더합니다. 현재 법률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직원은 각각 수십 명으로 전해집니다. 다른 비서관실보다 규모가 훨씬 큰 편입니다. 여기에 두 개의 비서관실이 추가되면 민정수석실 인원이 최대 1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력과 기능 등 모든 면에서 메머드급 조직이 탄생하는 셈입니다. 대통령실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과시하며 윤 대통령의 조력자 역할을 할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청와대의 검찰 통제를 끊어내겠다며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2년 만에 공약을 뒤집으며 사정기관 장악을 시도하는 모양새입니다. 그 사이 달라진 게 있다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의 칼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검찰총장 시절 '검찰 사유화' 논란을 빚었던 윤 대통령이 이젠 '민정수석 사유화'의 길을 향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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