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관대표들, 이번엔 회피 말라

사법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거센 가운데 25일 열리는 법관대표회의 토론회에 관심이 쏠립니다. 전국 법관 대표들이 모여 상고심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인데, 최근의 조희대 대법원장 거취 논란 등 사법부 현안에 대한 입장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입니다. 법조계에서는 법관회의가 전국의 판사들을 대표하는 기구인 만큼, 사법부를 향한 국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법관회의가 주목을 끄는 것은 여당의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추진과 '조희대 회동설' 등 사법부 전체가 불신과 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열리기 때문입니다. 주요 의제는 대법관 임명제도를 비롯한 상고심 제도 개선이지만, 이에 국한되지 않고 최근의 현안과 관련된 입장이 표출될 수 있습니다. 토론을 맡은 재판제도 분과위는 22일 그간 논의를 바탕으로 만든 보고서를 공유했는데, 보고서에는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재판을 해왔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법개혁과 관련한 일선 판사들의 견해가 현장에서 제기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이번 회의는 대선 직전인 지난 5월 열린 회의에서 현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터라 더 귀추가 주목됩니다. 당시 법관회의에선 '독립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한 안건'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었으나 판사들 사이에서 회의 결과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대선 이후에 속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12·3 내란 이후 사법부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한 법관들의 의견을 기대한 국민들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치적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판사들의 신중한 태도는 이해하지만 책임 회피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습니다.

대선이 끝났지만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가라앉기는커녕, 개혁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졌습니다. 이재명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 원심을 뒤집고 파기환송한 '조희대 대법원'에 대한 비판은 날로 거세지는 상황입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희귀한 계산법으로 풀어준 지귀연 재판부의 재판 지연을 두고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당시 법관대표회의가 소집됐던 것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행태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최근 불거진 '조희대-한덕수 회동설'도 따지고 보면 조 대법원장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윤석열 내란 사태 당시 헌법이 유린되고 판사들 여러 명이 체포명단에 포함돼 있었는데도 침묵했습니다. 서부지법 난동으로 법원이 쑥대밭이 됐을 때도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대선 직전의 파기환송 결정에 대해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설명하지 않은 것은 물론, 지귀연 판사 접대의혹 조사에 착수한 지 4개월이 지나도록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쌓는 요인들입니다.

최근 열린 전국법원장 회의에선 사법개혁에 대해 '사법부 독립'을 내세우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놓아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습니다. 사법개혁이 왜 논의되는 지에 대한 일말의 반성이나 성찰은 없었습니다. 법관 대표들의 모임인 법관회의는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 나옵니다. 사법개혁안에 대해 무턱대고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겁니다. '윤석열 내란'과 이후 재판 과정에서의 문제부터 철저히 성찰하고 다수가 수용할 수 있는 쇄신 방안을 제시하는 게 마땅합니다.

사법 독립의 전제는 사법부 정치적 중립과 절차적 공정입니다. 이 전제가 충족되지 않는 사법독립은 사법독재와 다를 바 없습니다. 지금 국민들이 사법부에 가하는 질타는 주권자의 준엄한 명령이기도 합니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어물쩍 넘어가서는 사법부의 독립이란 가치도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이를 직시하지 못하는 법관은 민주국가의 사법관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사법부가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나 통렬하 게 성찰한 토대에서 재판 독립 문제를 논의해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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