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메가프로젝트'와 기후환경, 균형찾기
이재명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 속도전에 돌입하면서 기후·환경 문제와의 균형찾기가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반도체 펩과 AI데이터 센터 건설에 소요되는 막대한 전력 수급을 위해 정부가 신규 원전과 LNG 발전, 댐 건설 등을 공식화해서입니다. 시민사회에선 첨단전략 산업과 국가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정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메가프로젝트가 기후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이들 사안은 그동안 진보정부에서 사실상 금기시해온 정책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메가프로젝트 실행에 있어 가장 극적인 변화는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입니다. 국가급 전력 수요가 새롭게 발생하면서 전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등장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그룹의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신규 전력 설비가 필요한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가 제시한 게 신규 원전 건설입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전남 영광과 울산 울주에 신규 원전 4기를 건설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원전은 가동까지 통상 10년 이상 걸려 메가프로젝트 전력 수요 시점을 맞추기 어려워 당장은 LNG 발전 증설, 석탄 발전 연장 가동 등으로 메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이런 계획이 실행되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확정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18년 대비 50~60%인데, 메가프로젝트 가동으로 매년 감축 목표의 10%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추가 배출될 거라는 게 환경단체들의 추산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한국은 국제 기후환경단체가 매년 발표하는 기후변화 대응 평가에서 최하위권입니다. 평가 대상국 67개 가운데 63위로 중국보다도 낮고 산유국을 빼면 꼴찌입니다. 가뜩이나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 감축 목표와의 괴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난제입니다.
더 난감한 것은 진보정부가 전통적으로 주장해온 '탈원전' 기조와 충돌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원전 제로화'를 주장했지만 대선 국면에서 신규 원전은 안 하되 기존 원전은 가동하는 '감원전'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김 장관도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했던 오랜 탈원전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에서는 이런 입장 변화에 대해 과거의 원전 반대 정책에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국민을 납득시키는 과정은 필요해 보입니다.
수자원 문제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선 반도체 용수 확보를 위해 댐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영산강과 섬진강 수계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안정적 공급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댐 건설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입니다. 이 경우 윤석열 정부가 국가 전략산업 용수 공급을 위해 추진한 '기후대응댐' 건설에 반대했던 과거를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보수 진영에선 이를 노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사업 재평가를 점화할 태세입니다.
3대 메가프로젝트 시행으로 정부는 산업경쟁력과 탄소중립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반도체와 AI 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 공급과 용수 공급이 필수적이지만, 환경단체에서는 "기업 투자 지원에 앞서 전력·용수·토지 이용의 공공성, 지역 환경에 미치는 누적 영향, 기후위기 시대의 국토 이용 원칙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환경평가 문제만 해도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환경영향 평가 간소화를 지시했지만, 환경단체들은 "대통령이 직접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취지와 역할을 부정하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메가프로젝트가 국가의 백년대계로 일컬어질 만큼 중차대한 사업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메가프로젝트가 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해 환경·노동에 비칠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최근 재계에선 메가프로젝트를 계기로 주52시간제 예외, 탄력근무제 확대 등 노동규제 완화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그간 추진해온 노동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입니다. 3대 메가프로젝트 '속도전'도 중요하지만 국가 핵심 정책 기조의 변화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뒤따라야 내부 결속을 다지고 여론의 지지도 높일 수 있습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의 '5.18 조롱 응원' 파장이 피해자인 광주고 방문 참회에도 가라앉지 않습니다. 이세영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광주와 5.18에 지워진 관용 강박에 안쓰러움이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대한야구협회의 징계 처분이 내려지기 무섭게 노골화하는 물타기로 사태의 해법이 용서와 포용, 더 많은 교육과 계몽이라는 낙관적 점진주의로 기우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 칼럼 보기
[경제직필] 삼전닉스가 만든 환율, 물가 신세계
최근의 환율과 물가 불안의 원인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환율 상승은 거대기업들이 수출로 번 달러를 해외 계정에 넣어 직접 활용하기 때문이고, 물가는 소수 거대 기업에 이례적으로 큰 성과급이 집중될 때 상승 압력이 훨씬 강해진다고 설명합니다. 거대기업이 환율과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읽어내는 것이 정부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